웬일이니? 까치야!

까치집.jpg

아침에 창문을 여는데 내 눈을 의심했다. 못 보던 게 보이는 게 아닌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역시 그대로다. 바로 까치집이다.

집 앞 밤나무에 까치가 집을 짓고 있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봄도 아닌 늦가을이다. 도대체 까치들이 제정신인가. 그저 잠깐 실험삼아 지어보는 정도가 아니다. 어제 하루,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 제법 많이 지었다.

보통 까치들은 이른 봄에 짝을 짓고, 집을 짓는다. 둘이서 한 달쯤 집을 짓고는 알을 낳는다. 이 알을 품어 새끼를 키운다.

까치는 잡식성이다. 옥수수 같은 곡류도 좋아하지만 벌레도 참 좋아한다. 겨울은 물론 이른 봄에는 벌레가 아주 드물다. 벌레도 풀이 왕성하게 자라면서 많아지는 게 자연의 이치니까. 이 흐름에 맞추어 새끼를 까고 키우는 것이다.

근데 지금은 늦가을. 조금 있으면 겨울이다. 이제껏 시골 살면서 까치가 늦가을에 집을 짓는 경우를 나로서는 처음 본다.

그렇다면 까치 처지에서 다시 생각을 해본다. 첫째는 암수 둘이서 너무 죽이 잘 맞는 짝을 만난 거라고. 봄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멀다고. 알은 봄에 낳더라도 신혼을 즐기고 싶다는. 뭐, 정말 이 정도 경지라면 까치들의 의식 수준이 사람과 견주어 뒤지지 않는 셈이다.

또 하나 추측해보자면 자연의 흐름이 바뀌는 게 아닐까. 올해 날씨가 유난히 변화무쌍했다. 그 연장선에서 보자면 올 겨울 그리 춥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까치들의 생존 본능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나와 까치들 희망을 종합하자면 이렇다. 올 겨울은 덜 추우면 좋겠다. 겨우내 시나브로 집을 짓자. 그리고는 예년보다 조금 일찍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자.

겨우내 까치들이 부르는 희망가를 들을 수 있을까?

H2
H3
H4
Upload from PC
Video gallery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12 Comments